간암이 다른 암종들과 차이가 나는 점은, 그 원발 장기인 간에 이미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증 같은 지병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간의 기능이 저하되어 있을 뿐 아니라, 복수 또는 식도나 위 정맥류(靜脈瘤, 정맥이 혈류 장애로 인해 혹처럼 확장된 상태)의 출혈 등 간경변증의 합병증까지 동반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암과 별도로 생존에 지장을 주며, 암의 진행에 따라 그 악영향이 더 커지게 마련입니다.
그런 만큼 치료 방침 결정과 예후 판단의 기준이 되는 병기(病期, stage) 즉 병의 진행 단계를 구분할 때, 다른 암종에서처럼 1기에서 4기까지로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간 기능의 등급을 추가적 요소로 반영합니다. 이를 조금 더 설명하면, 우선 보편적으로 쓰이는 TNM 병기 분류법에 따라 간암의 개수와 크기, 혈관 침범 여부, 림프절(림프샘) 및 다른 장기로의 전이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I, II, III, IV(IVA, IVB) 병기 중 하나로 구분합니다.
한편, 간 기능을 평가하는 데는 차일드-퓨 등급(Child-Pugh score)이 주로 사용됩니다. 이는 혈액응고인자의 평가 지표인 프로트롬빈 시간(PT, prothrombin time, 프로트롬빈은 혈액의 응고에 관여하는 효소), 혈청 빌리루빈과 알부민 수치, 복수(腹水)의 양, 간성뇌증(肝性腦症, 간기능 장애가 있는 환자의 의식이 나빠지거나 행동 변화가 생기는 것)의 정도 등 다섯 요소를 종합하여 A, B, C 등급을 매기는 것입니다. 의료진은 이 두 결과를 나란히 고려하면서 치료 방침을 정하고 예후를 판단하게 됩니다. 간암은 병기 분류법이 다양하고 국제적으로 통일돼 있지 않으나, 한국과 일본에서는 대개 이 같은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참고로 덧붙이면, TNM 분류법에서 T(tumor) 병기는 종양의 크기와 침윤 정도를, N(node) 병기는 주위 림프절 전이 정도를, 그리고 M(metastasis) 병기는 간이나 복막, 폐 등 다른 장기로의 전이 여부를 나타내며, 이 세 가지를 조합하여 병의 진행 단계를 판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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